불러 오는중

검색 입력

[커버스토리]
어느 컨설턴트의 ‘CES 아시아 2019’ 참관기: 자동차와 화웨이 사태를 중심으로

직접 가 봤습니다

CES Asia 2019가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중국 상해 푸동에 위치한 신국제전시회장(SNIEC)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6개 전시관(W5, N1~N5)에서 진행됐다. W5는 스타업 파크와 컨퍼런스 홀로 사용됐다. N1은 그동안 가전이라 불리던 음향, 영상, 모바일 전자제품 업체들이 부스를 열었다. N2는 스마트홈과 웨어러블, 건강 및 생활가전 분야가 주를 이뤘다. N3는 IoT, VR/AR, AI등 다양한 첨단 전기 제품이 전시됐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열리는 CES는 원래 세계 IT 업체 관계자들이 실질적인 비즈니스 협상을 위해 많이 찾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화웨이 사태 등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진행됐다. 현장에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전한다.

<글> 이하영 컬럼니스트
SAP코리아, 로크월오토메이션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제일 펑타이 북경에서 플랫폼 Div. 그룹장을 거쳐 최근까지 EY컨설팅에서 디지털 부문 이사로 일했다.

‘오토쇼’로 변신한 ‘가전쇼’

□ 전자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자동차

라스베이거스 CES에서도 그랬듯, 자동차가 더 이상 내연기관이 아닌 전자제품으로 두 개의 전시관(N4, N5)을 가득 채웠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단순히 전기차가 나온 것이 아니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갖가지 카메라 및 센서, AI와 빅데이터, 통신과 차량 전용 내부 운영시스템(OS) 등 전시관 2군데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

메이저 완성차 업체로는 아우디, 메르스데스 벤츠, 혼다, 닛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그리고 중국 완성차 업체인 상해자동차, 창청자동차, 홍치자동차 등이 눈에 띄었다.

완성차 업체가 전시를 통해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각 업체가 상용화했거나 출시 예정인 전기차 모델을 홍보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율주행 차량의 디자인과 내부 운행 기술에 대한 비전 등 컨셉을 보여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시뮬레이션이나 모형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이 차량에 앉아 대시보드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첨단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를 통해 미래의 운전, 주행을 체험할 수 있게 전시장을 꾸몄다.

□ 현대는 ‘수소차’, 기아는 ‘AI’ 내세워

특이하게 현대자동차는 ‘수소 자동차’에 대부분의 전시공간을 할애했다. 단순히 수소차가 배기물질이 없는 자동차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소 충전 후 운행을 하고 귀가한 후 운행 중 발전된 전기를 다시 집안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승용차를 일종의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형태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에 비해 기아자동차는 여타 완성차 업체와 유사한 전시 형태를 보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전시 컨셉을 겹치지 않게 안배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전시 부스 외벽에 대형스크린과 카메라를 설치했다. 전시장을 지나는 관람객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캡처한 뒤 AI를 통해 추정된 관람객의 나이를 화면에 표시했다. 많은 관람객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정확한 나이가 표시되지는 않았다. 거의 모든 관람객을 25~35세로 판별했다.

□ 바이두, 자율주행 솔루션 들고 나와

차량 카메라를 통해 교통상황이나 사물식별 기능과 같은 자율 주행에 필요한 기술에 관한 전시도 주를 이뤘다. 덴소나 컨티넨탈, 현대모비스는 전기자동차에 사용될 각종 차량 부품을 선보였다. 보스(Bose) 등 오디오 전장 전문 업체를 비롯해 차량 디스플레이(HUD) 업체, 내비게이션 업체 등의 전시도 눈에 띄었다.

 

이중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끈 업체는 바이두였다. 바이두는 ‘아폴로’라는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 관한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있다. 50여 개 중국업체가 파트너로 참여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에 바이두가 투자한 업체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바이두의 차량용 OS를 탑재한 상용차가 여러 대 전시됐다. 물론 지금 탑재된 OS는 내비게이션과 AV제어 정도 수준이다. 그러나 조만간 5G 시대를 맞아 자율주행에 한층 다가간 차량을 내놓을 듯 하다.

화웨이 사태와 중국의 분위기

□ 신제품 없는 화웨이 부스, 속내는?

화웨이 부스가 위치한 N1 전시관에는 중국 업체 외 전자제품 업체는 찾아 보기 힘들었다. 삼성과 LG는 참여하지 않았다. 화웨이, 하이센스(HiSense), 하이얼 등이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다.

특히 화웨이의 부스에는 신제품이 하나도 전시되지 않았다. 마치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옮겨 놓은 듯 했다. 기존에 출시된 스마트폰 라인업과 노트북 및 패드 라인을 전시했다. 스마트폰 전시대 앞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을 배치해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할 수 있게 한 정도였다.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관련된 제품을 전시를 했을 뿐 차분하다 할 정도로 눈에 띄는 내용은 없었다.

화웨이 전시 부스만을 봤을 때는 미국의 압력을 의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자율주행차 이야기를 하면서 5G 기술을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대다수 완성차 업체와 바이두 등 자율 주행 관련 기술 기업의 부스에서는 하나 같이 5G 기술을 얘기하면서 직간접적으로 화웨이와의 연결을 강조했다. 전자, 로봇 및 IoT, 드론, AI, AR/VR 업체도 화웨이와 끈끈함을 부각했다.

□ 화웨이와 5G, 그리고 중국 자동차 업계의 시선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살펴 보면,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기술을 발견할 수 있다. OTA(Over the Air)라는 기술이다. 쉽게 얘기하면 아이폰의 iOS를 PC에 연결하지 않고 기기에서 바로 무선으로 업데이트하고 설치하는 기술이다.

운행 중 AI나 빅데이터 관련 다양한 업데이트가 있을 수 있고 많은 전장품의 펌웨어 수정이 있을 수 있다. 이미 몇몇 고급 차량에서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USB나 CD 업데이트가 아니라 통신으로 바로 가능하다. 향후에는 OTA가 5G 기술 위에서 구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관련 업체들은 OTA 기술을 얘기하면서 보안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있었다. 보안을 얘기한다는 것은 해킹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 봤던 영화 ‘분노의 질주’가 떠올랐다. 주차빌딩에서 해킹 당한 차가 비처럼 쏟아지고 거리로 수많은 차가 혼란스럽게 달리는 장면이다. 영화적 상상이지만, 이 장면을 보면 미국이 5G 통신의 주도권을 중국에게 넘겨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상해자동차 부스에서 한 중국인 관람객과 전시 부스 속 상해자동차 직원의 대화를 들어 봤다.

중국 관람객은 “미국 문제로 화웨이가 5G 기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상해자동차가 5G 기반 여러 차량 기술을 개발하는데 문제 없느냐”고 물었다. 상해자동차 직원은 “중국 내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아직 상해자동차는 수출 비중이 높지 않은 업체이다 보니 이런 답변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5G 관련 기술 개발에 있어서 화웨이나 중국 기업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기업과 굳이 파트너십을 맺거나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다가 왔다.

□ 중국 자체 서비스 생태계 강화 가능성

일반 중국인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슬쩍 화웨이 휴대폰에 대해 물었다. 자국의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로 “화웨이폰은 가격도 싸고 화면도 크면서 자기가 필요한 기능은 다 있다”고 얘기했다.

그 중국인이 말한 필요 기능은 사진 찍고 위챗을 쓰고 T몰이나 징둥에서 물건을 주문하거나 배달음식이나 택시를 부르는 정도 일 수 있다. 좀더 나아가 게임이나 드라마를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는 정도일 것이다. 필자는 그에게 안드로이드 OS 업데이트가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을 하려다 멈췄다. 순간 필자의 머리 속에 중국은 이 세상에서 ‘Googled’ 되지 않은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상대방이 안드로이드 OS가 뭔지도 잘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구글 검색을 사용하지 않았고 유튜브가 막혀 있으며 구글 플레이스토어 접속과 설치가 안된다. 일반 중국 스마트폰 유저가 외국산 앱을 사용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많은 이들이 화웨이가 자체 OS 개발을 하지 못할 것이라 얘기하는 주요 이유로 앱 생태계의 한계를 꼽는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화웨이의 기술력과 자금, 그리고 관련 업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적어도 중국 내에서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이것이 성공하면 구글은 아예 중국하고 관련 없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누가 더 손해인지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  

□ 화웨이 내적 혁신 계기 될 수도

중국 현지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회사의 심사역과 화웨이와 미중 무역 갈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대화 중 지난해에 미국에 호되게 당한 ZTE의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ZTE는 미국으로부터 수차례 기업 명운이 갈릴 정도의 제재와 이를 유예 받는 과정에서 회사 내 조직과 인력, 근무 문화를 바꾸는 작업을 수행하며 기업문화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흡사 우리나라가 90년대 말 IMF를 겪으면서 기업 관행과 내부 프로세스 및 인력 쇄신을 거쳐 기업 체질을 개선한 경험이 생각 났다.

필자는 중국 현지에 근무할 비즈니스 환경에 뒤처진 기업 관행과 내부 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하청 업체와의 리베이트, 접대향응, 위계질서에 의한 일방적인 의사소통 등 후진적인 모습이 많았다. 그러나 외부 충격으로 인해 내부에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고 올 상반기 ZTE의 주가는 상당 부분 회복되었다. 이런 변화가 화웨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가 오갔다.

에필로그

국은 근대에 어느 나라도 갖고 있지 못했던 거대 단일 시장이다. 미국과 다른 나라가 뭐라 하든 일단 어느 정도 상처를 입더라고 중국 내에서 뭉쳐 기술 개발하고 시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중국은 시간과의 싸움에 능하다고. 5G나 4차 산업혁명 사회가 조금 늦게 오더라도 중국은 천천히 자신들만의 발걸음 내딛을 듯 하다.

까운 시일인 6월 26일 ~ 28일에 상해 같은 장소에서 ‘MWC Shanghai 2019’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화웨이와 ZTE의 고위층이 기조연설과 전시를 진행한다. 화웨이와 중국 기술 업체의 행보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내년 ‘CES Asia 2020’은 여러 중국 첨단 업체들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여타 아시아 기업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 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Tags: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일 인사이팅해집니다.
구독을 신청하시면  본 서비스의 개인정보취급정책(클릭 보기)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구독
close-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