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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유럽도 5G 서비스 시작 ··· 과열 경쟁, 자금난에 미래수익도 불투명

Intro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과 같이 공격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유럽도 통신 서비스의 새 판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가세했다. 주파수 경매가 끝난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일부 통신 사업자들이 공식적으로 5G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하지만 진짜 5G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상징적 수준에서 5G를 제공하는 소위 ‘무늬만 5G’일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새로운 사업 초기여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유럽 통신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 다른 지역의 통신사업자들보다 크기 때문이다.

과다한 주파수 경매 비용, 사업자간 출혈 경쟁, 느린 의사결정 구조 등으로 5G 서비스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통신사업자들은 자산 조정이나 인수합병 등 사업 구조를 조정하는 전략으로 차기 서비스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5G 서비스 오픈

럽에선 영국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EE가 지난 5월 30일 5G 서비스에 들어 갔다. BT통신그룹 소속인 EE는 영국의 6개 도시에 서비스를 구축하고 화웨이의 메이트X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이어 보다폰이 7월 3일 7개 도시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은 날 쓰리(Three)도 런던을 중심으로 서비스에 들어 갔다. BT는 이 무렵 보도자료를 내고 ‘가을’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6월 11일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텔레포니카, 드릴리시 등 4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주파수 경매 입찰을 마쳤다. 

보다폰 독일은 주파수 낙찰 다음날인 6월 13일 자사 뒤셀도르프 건물 주차장에 5G 기지국을 가동하고 5G 영상 통화 시연을 하는 등 5G 마케팅에 뛰어 들었다. 보다폰은 올해 초당 1Gbit 이상의 속도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1년까지 20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도이치텔레콤도 7월 3일 5G 단말기 선판매에 들어 가면서 연내 100개 지역에 300개의 안테나를 세우고 5G 서비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T-모바일은 3월 26일 5개 연방 주의 17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스페인, 루마니아 등의 통신사업자들이 5G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유럽에서 가장 뒤진 프랑스는 지난 5월 주파수 할당을 경매로 진행한다고 발표만 했을 뿐 아직 경매에 들어 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2020년에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어 연내에 경매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통신사업자 서비스 시기
영국 EE 2019년 5월
보다폰 2019년 7월
7월 2019년 7월
BT 2019년 가을
이탈리아 보다폰 2019년 6월
독일 도이치텔레콤 2019년 말
보다폰 2019년 말
스페인 오렌지 2020년 중
이탈리아 보다폰 2019년 6월

△ 유럽 주요국 5G 서비스 런칭 현황.(출처 : 주요 보도 집계)

유럽 통신사업자들의 고민

높은 경매 비용

유럽 통신사업자들은 5G 주파수 낙찰가를 놓고 좋은 주파수 블록을 확보하기 위해 과열 경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유럽 통신업계에서는 5G 투자 비용의 상당 부분이 주파수 낙찰 받는 데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 9월 주파수 경매를 완료한 이탈리아의 경우 주파수 입찰 금액이 정부 예상보다 두 배나 되는 58억 유로(약 7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영국의 5G 경매에서는 총 낙찰가는 13억6988만파운드(약 2조원)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 마무리된 스페인의 5G 주파수 총 낙찰가는 4억3800만 유로(약 5817억 원)였다.

독일은 올 6월 5G 주파수 경매를 마쳤다. 독일 정부는 경매로 65억5000만 유로(약 8조710억 원) 돈을 거둬 들였다. 사업자별로는 도이치텔레콤은 21억7000만 유로(약 2조 8727억), 보다폰 독일은 18억8000만 유로(약 2조 4888억 원)를 냈다. 독일 통신사업자인 드릴리시는 경매 참여를 위해 배당금을 줄이기도 했다. 낙찰받은 도이치텔레콤과 보다폰 독일 등은 경매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우는 소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을 보면서 프랑스 통신 회사들은 자국의 경매 역시 과열로 치닫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가 경매 종료시기 총 낙찰금액

(단위: 유로, 영국제외)

원화 환산(단위: 원)
독일 2019년 6월 65억5000만 8조710억
노르웨이 2019년 6월 7490만 992억
오스트리아 2019년 3월 1억8800만 2491억
덴마크 2019년 2월 2억9600만 3922억
이탈리아 2018년 8월 58억 7조4000억
스페인 2018년 8월 4억3800만 5817억
영국 2018년 4월 11억5000만 파운드 2조

△ 유럽 주요국 5G 주파수 경매 결과 (출처 : 주요 보도 집계)

□ 과열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시장조사 기관인 오범(Ovum)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유럽 통신업계 매출은 4440억 달러(약 567조원)에서 3690억 달러(약 471조원)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국 등의 통신 사업자 매출이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주파수 경매 경쟁에서도 볼 수 있듯, 유럽 통신 사업자간 경쟁은 마케팅에서도 치열하다. 과도한 마케팅 때문에 유럽의 통신사업자들이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프랑스 오렌지의 경우 지난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1.8% 하락했다. 2년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프랑스 통신사업자들이 각종 특가 상품을 내놓으며 프로모션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오렌지의 파비앤 뒬락 CEO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통신료가 역대 최저가’라고 지적하며, 출혈경쟁이 계속 되면서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스페인에서도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인 요이고가 요금할인 경쟁을 주도하면서 스페인 오렌지를 비롯한 통신 업체들의 실적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 반(反) 화웨이 규제

미국의  화웨이 제재도 유럽 5G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5G 시대에 대비해 모바일 네트워크의 보안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반(反) 화웨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는 등 유럽 각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규제에 나섰다. 

이 때문에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화웨이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유럽의 5G 경쟁이 18개월 정도 뒤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웨덴의 텔레2는 유럽 각국 정부의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한 각종 규제가 늘어 나면서 유럽 전역에 5G 서비스 출시가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장비가 아닌 에릭슨이나 노키아의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이 장비의 부품이 중국산인지 여부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구매 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GSMA는 가성비가 높은 화웨이 장비 대신 비싼 다른 업체 장비를 쓰게 되면서 네트워크 구축 비용이  550억유로(약 73조원)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5G 서비스를 위한 몸부림

유럽의 통신사업자들은 5G 등 미래사업 투자금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구조 조정을 하고 있다.

□ 구조 조정

영국 BT는 향후 5년간 직원수를 10만명에서 7만5000명으로 줄일 계획인 것으로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5억파운드 가량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BT는 비용 효율성을 높여, 5G 등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BT는 2018년에 발표한 감원 계획보다 규모가 크다. 도이치텔레콤도 2018년 6월 서비스 부분에서 약 1만명을 감원한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보다폰도 이탈리아, 스페인, 뉴질랜드 사업부의 인력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보도됐다.

도이치텔레콤 특히 업무 디지털화를 통해 비용 절감을 추진 중이다. 고객 서비스 사업 자회사인 ‘유럽 도이치텔레콤 서비스(DTSE)’ 소속 2000명의 직원들로 하여금 인공지능(AI) 기반 인사 총무 프로그램을 활용하게 했다. 휴가 및 출장 결제, 근무 기록, 각종 증명서 발급을 직접하게 함으로써 인사 총무 비용의 70%를 줄였다고 밝혔다.

□ 자산 매각

일부 사업자들은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 오렌지는 6월 28일 영국 BT 지분 2.5%인 2억48000만주를 전량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4억9500만파운드(약 7290억원) 규모다. 오렌지 측은 이 자금을 어디에 쓸지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5G 주파수 경매에 사용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영국 보다폰은 차임금 상환 등을 목적으로 뉴질랜드 모바일 사업부를 매각했다. 규모는 34억 뉴질랜드달러(약 2조6578억원)며, 인수는 캐나다의 브룩필드 애셋 매니지먼트, 뉴질랜드의 인프라틸 리미티드 등 인프라 투자 컨소시엄들이다. 

영국 BT는 수익성 개선을 위하 타국에 투자한 자산을 회수하고 있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아일랜드 자회사 BT아일랜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도 데이터센터 11개를 5억5000만 유로에 투자법인인 아스테리온 인더스트리얼 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했다.

□ 투자비용 절감

5G 투자비용 절약을 위해 경쟁 사업자와 공동투자 움직임도 보인다. 보다폰은 영국 내 기지국 공유를 위해 O2를 소유한 스페인 텔레포니카와 5G 관련 네트워크 공유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보다폰은 또 프랑스 오렌지와 스페인에서 5G 기지국 등 인프라 공유 방안을 논의중이다.  2020년 1분기 상용화를 앞두고 투자비를 줄이려는 의도다.  양사는 이미 스페인에서 3G와 4G 네트워크를 공유한 바 있으며, 5G에서 도로, 철도, 농촌 등의 인프라 부터 공동으로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 신규 수익원 확보

오렌지는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2018년 52억 유로(약 6조 86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하고 있다. 이 지역에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비롯한 신규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미 결제 서비스인 ‘오렌지 머니’로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오렌지는 특히 2020년 통신시장을 개방하는 에티오피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으며 그동안 국가가 독점으로 통신사업을 해오다, 올해 안으로 일반 기업들에게 사업 라이선스를 내줄 계획이다. 오렌지는 이 시장 진출을 위해 자사 결제 서비스인 오렌지 머니 서비스를 이미 진출 시킨 바 있다.

□ LTE 서비스 확충

유럽 통신 사업자 대부분은 당분간 도시 일부 지역에서만 5G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럽 각국 정부는 보편적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어, 농촌이나 고속도로 등 인구가 적은 지역에도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통신 사업자들은 5G 투자 비용을 줄이면서도 각종 규제 및 소비자 민원을 피하기 위해  LTE 네트워크를 보강하고 있다. 

보다폰 독일은 그동안 지상파 방송에 사용되는 700MHz 대역을 LTE 커버리지 확장에 사용한다고 7월 5일 밝혔다. 보다폰은 이 대역을 활용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브란데부르크주에 200개의 기지국을 세울 예정이다. 또한 작센주에는 2100만 유로를 투자해 LTE 커버지리를 넓히기로 했다. 보다폰은 현재 독일에서 1500여개 LTE 기지국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5500개로 늘리기로 했다. 

프랑스의 오렌지 역시 지방 인구 증가 등으로 인해 LTE 커버리지를 99.8% 가까이 늘리기 위해 기지국 보급에 나섰다.

For Your Insights

5G 서비스는 현재로서는 유럽 통신사업자들에게 있어 계륵이다. 5G가 가져올 변화는 어마어마한데, 5G를 통해 당장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통해 제공하는 콘텐츠, 빠른 다운로드 속도 정도를 내세우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5G를 통한 혁신은 산업계에서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저지연 통신으로 인한 자율 주행 차량, 공장 자동화 등 기존 산업 인프라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통신 업계와 크게 관련 없던 분야가 통신 시장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 통신 사업자들이 이 시장의 주류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텔레포니카 등은 벤츠 생산 공장에 5G 네트워크 구축을 하는 등 관련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 그룹, BMW 등이 자체 5G 캠퍼스 구축을 발표했다. 외부 통신서비스를 쓰지 않고, 에릭슨 등의 장비를 직접 설치해 사설 통신망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유럽의 경우 소비자 시장에서 킬러 콘텐츠 부재와 자금력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지체 등으로 인해 당분간 5G 시장에서 통신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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