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 오는중

검색 입력

[커버 스토리]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中 ‘CATL’의 성장 스토리와 전망

Intro

터리가 단순히 전자기기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주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으면서 배터리 산업이 반도체에 이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휴대폰, 노트북 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배터리 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는 2024년 전기차의 비중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2030년이면 세계 전기차 생산량 3500만대, 판매량 21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보다 10배 이상 성장한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여기서 뒤처지면 미래 먹거리를 놓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중·일  3국은 한 치 양보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 1위인 자국 전기차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인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또 중국산이니 대체로 저사양 제품군에 쓰일 것으로 단정짓곤 한다. 그러나 현황을 설명해 주면 깜짝 놀란다. 10년 사이 중국 배터리 산업은 정부 지원과 내수 시장을 발판삼아 성큼성큼 뛰어 왔다. 이 분야 1위로 성장한 CATL을 살펴 본다.

창업과 성장

□ 2011년 ATL에서 분사

CATL은 2011년 ATL의 자동차 전지 사업부가 분사하면서 설립됐다. ATL은 애플에 아이폰용 배터리를 공급한 업체로 CATL의 회장인  쩡위췬(曾毓群, Zeng Yuqun)이 1999년 홍콩에서 설립한 회사다.

ATL은 창업 당시 벨 연구소의 배터리 특허를 사들여 상용화하는 등 초반부터 기술력을 갖고 시작했다. 휴대폰 배터리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ATL은 변신을 시도한다. 2005년 일본 소재업체인 TDK와 손잡은 것이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 분야의 미래가 밝다고 봤기 때문이다. ATL은 어느 정도 기술을 축적하자, 2011년 자동차 전지사업부를 분사시켜  CATL를 출범시켰다.

쩡위친 회장은 2015년 ATL과 지분을 정리, 100% 중국 자본회사로 재탄생시켰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다.

CATL 본사 전경(출처: CATL)

세계 1위가 되기까지

CATL이 단숨에 세계 1위로 성장한 것은 기술력, 저가전략, 중국정부 지원, 글로벌화 전략 덕분이다.

□ 기술 갖추고 시작

CATL은 ‘무(無)’에서 시작한 회사는 아니다. 쩡위췬 회장이 TDK 시절부터 축적해온 배터리 지식이 있었던 데다, ATL와 CATL 회장을 한동안 동시에 맡으면서 상당한 기술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CATL 회장직만 맡고 있다.

단순히 이론 뿐만 아니라 10년간 ATL이 실제 제품 생산을 하면서 겪었던 공정 기술을 그대로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CATL 창업 무렵 ATL의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하는 등 중국의 다른 기업과는 출발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CATL은 기초가 있는 상태에서 노력도 열심히 해 온 실례로 꼽힌다. CATL은 연구개발(R&D)에 매출의 10% 넘는 수준으로 투자를 해왔다. R&D 인력도 전체 직원의 20% 수준을 유지하며, 석박사 학위자 수도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중국 현지 뿐아니라 외신 보도에는 쩡 회장이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9시가 넘도록 일하도록 종용했고, 휴일에도 근무를 시키는 등 강한 노동 강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의 2017년 배터리 공급 현황(출처: CATL)

□ 정부의 지원

CATL의 성장 비결은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내연 기관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후발 주자로서는 세계적인 회사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기버스를 중심으로 보조금 정책을 펴왔다. 2013년 부터 전기차에 대한 구입 보조금을 본격적으로 제공했다. 또한 2015년 부터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고, 중국에 일정 규모의 생산 및 연구 거점이 있는 배터리 업체의 제품을 사용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정부 인증 정책을 활용, 중국 정부 임의대로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것이다. 

파나소닉, LG화학, 삼성SDI 등 글로벌 업체들이 이 무렵부터 제대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이 덕분에 중국 업체들, 특히 CATL은 경쟁회사를 따돌리고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다. 실제로 중국에서 보조금을 받는 자동차 중 CATL 제품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CATL은 이 같은 환경을 잘 활용했다.CATL은 2012년 BMW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중국 내수용 BMW 모델에 사용할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후 BMW 뿐 아니라 폭스바겐 등도 중국 내수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CATL의 배터리를 사용했다. CATL은 이외에도 현대차, 시트로엥 등에도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공급처를 꾸준히 넓혀왔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회사 매출 규모는 2014년 8억9000만 위안(약 1503억원)에서, 2015년 57억 위안(약 9627억원), 2016년 149억 위안(약 2조5166억원), 2017년 191억 위안(약 3조2259억원)으로 크게 뛰어 올랐다. 2018년 매출은 전년대비 48% 증가한 296억 위안(약 5조 18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16.5% 늘어난 202억6000만 위안(약 3조42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CATL의 매출 추이(출처: Statista)

□ 저가 전략

CATL은 정부의 보호 속에 저가 전략을 내세우며 내수 시장을 점령해갔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정책 뿐 아니라 자원 정책으로도 내수 배터리 업체를 도왔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희토류와 코발트 등을 대거 확보해놨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광산의 보고인데다, 콩고 등 아프리카 등의 광산 개발에 참여하는 등 광산 개발에 노력한 덕분이다. 

준비된 배터리업체인 CATL은 이 같은 정부 정책을 기회로 삼았다. CATL은 2014년 Wh당 2.89위안이던 배터리 가격을 2017년 까지 1.41위안으로 낮출 수 있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중국 정부 인증을 위해 씨름을 할때, CATL은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BMW를 비롯해 다임러, 폭스바겐, 닛산, 혼다 등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 글로벌화 전략

CATL은 중국 정부의 보호가 있던 기간에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웠다. 내수용이지만 BMW 전기차에 제품을 공급한 것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다. 이후 유럽의 자동차 회사와 잇딴 제휴를 맺고,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CATL은 특히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폐지 등으로 위축될 중국 시장에서 탈피, 세계 시장 진출을 수 년전 부터 본격화해왔다. CATL은 폭스바겐과는 특히 전기차 모듈화 플랫폼인 ‘MEB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향후 이 플랫폼을 활용할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 중이다. 

이 회사는 올들어 해외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왕성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도요타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같은 달 볼보와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CATL은 이외에도 다임러, PSA그룹, 르노, 현대차, 닛산 등 글로벌 업체들을 대상으로 거래처를 확대했으며, 자국 업체로는 베이징자동차그룹, 지리자동차, 둥펑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니오, 바이톤 등을 확보했다. 

CATL의 글로벌 오피스 및 공장 추진 현황(출처: CATL)

이와 함께 해외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ATL은 독일 튀링겐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설립하기로 하고 18억 유로(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CATL은 특히 2018년  BMW와 맺은 40억 유로(약 5조2000억원) 규모의 배터리를 맺은바 있으며, 독일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CATL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 현지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 일본 등에 사업법인을 세우고 현지 완성차 업체와 스킨십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지난해 5월에는 일본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외에도 CATL은 지난 7월 투자 설명회를 갖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산업 밸류 체인 협력을 통해 생산 비용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특히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이 없어지더라도 성장성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가격 경쟁력있는 배터리를 개발해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CATL은 또 최근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헬로바이크(哈啰出行)와 협력해 이륜전동차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역시 초기 단계로 성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등 신규 시장 확보에 적극적이다.

※ 창업자 쩡위췬 회장

쩡위췬 회장은 1968년 푸젠성(福建, Fujian) 닝더(宁德)에서 농민의 아들로 출생했다. CATL의 중국어 브랜드인 ‘닝더스다이(宁德时代)’도 여기서 따왔다. 

쩡위췬은 1989년 상해교통대학에서 선박공학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졸업 후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생뚱맞게 전자회사에 취직한 것이다. 그것도 일본 소재업체 TDK에 들어간 것이다. 10년간 전자 부품 소재의 개발자로 근무하던 그는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CATL의 창업자인 쩡위친 회장(출처: Sohu)

쩡회장은 1999년 동료들과 휴대폰 리튬배터리 제조회사인 ATL을 창업한 것이다. 이후 배터리 전문가 및  사업가의 길을 걸어 왔다.  

쩡 회장은 기업을 창업 후에도 학업의 길을 병행했다. 그는 2001년 화난이공대(華南理工大, SCUT)에서 전자정보공학 석사학위를 받은데 이어 2006년 중국과학원에서 응집물질물리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기술발명 특허도 12개나 보유하고 있다.

쩡 회장은 또 한번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애플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납품하면서 성장시켜 온 ATL의 지분을 2005년 TDK에 넘긴다. 지분을 넘기는 대신 회사 경영자로 남아 ATL의 사업영역을 휴대폰 배터리에서 자동차용 배터리로 넓힌다.

이 과정에 TDK의 배터리 기술을 흡수한 쩡회장은 2011년 ATL의 자동차용 전지사업부를 들고 독립한다. ATL이 이미 선점한 휴대기기 대신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이 향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이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분사형식으로 CATL을 창업, 10년도 안되는 짧은 시기에 세계 최대 회사로 성장시켰다.

위기

이러한 노력에도 CATL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폐지한다는 계획 이외에도 중국 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또 세계 시장에서도 한국,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하며, EU 각국 들도 자체 배터리 공장 설립 추진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CATL의 성장세가 주춤한다는 지적이 있다. 2017년 36.92%던 CATL의 총이익률이 2018년 32.8%로 하락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CATL의 실적이 경쟁격화와 비용 증가 등으로  점차 26.5%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 글로벌 업체와 진검승부 해야

중국 정부는 2018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정책을 바꾸고 2019년 시행에 들어갔다.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을 받으려면 1회 충전시 주행할 수 있는 거리 기준을 만족해야 했다. 또한 2021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을 폐지할 예정이다. 각종 지원책을 거둬들이고, 경쟁 환경 속으로 자국 배터리 업체를 내몬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특혜를 없애기로 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기업의 투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나소닉,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이 2019년 상반기 500억 위안이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33억5000만 위안을 투자해 제 2공장을 설립한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LG화학도 올해 지리자동차와 배터리 합자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자본금은 1억8800만 위안이며 LG화학과 지리자동차가 50%씩 부담한다. 파나소닉과 토요타와 함께 2020년까지 합자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테슬라역시 상하이 완성자 조립 공장에 이어 상하이시와 기가팩토리 공장 설립 협약을 맺었다. CATL은 정부 보호 없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업체들이 중국 내수 시장을 놓고 일합을 겨뤄야할 상황이다.

□  거세지는 중국 경쟁업체들의 추격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BYD, 선오다(欣旺达), 파라시스 등의 추격이 거세다. 특히 중국내 배터리 업계 2위인 BYD의 추격은 위협적이다.  

CATL와 BYD는 중국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1, 2위 업체간 간격이 점차 줄고 있다. 2018년 말 CATL의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이 BYD의 2배 이상이었는데, 2019년 3월 기준으로 1.4배로 줄었다. 저가 배터리로 CATL에 밀렸던 BYD가 자사 전기차 물량을 기반으로 양산 목표를 2배 이상 늘리면서 강력하게 따라붙고 있다.

□  미중 무역분쟁도 가세

미국 무역대표부는 9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 품목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일부 품목을 12월15일로 연기했지만, 배터리는 해당되지 않았다. 따라서 미중 무역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중국산 배터리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물론 이번 관세가 CATL의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자칫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For Your Insights

CATL은 중국 내 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 줘야 한다. 중국 정부는 9월 말 중국으로 수입되는 테슬라 전 차종에 대해 취득세 10%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미중 무역 분쟁에도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분야 최강자인 테슬라에 혜택을 주고 데려오는 셈이다. 

몇 년 전부터 CATL은 앞으로 벌어질 시장 환경에 대한 스터디를 끝내고 준비해 온 듯 하다. 쩡위췬 CATL 회장은 2917년 4월 직원들에게 ‘태풍이 불면 돼지가 난다’는 비유를 들며, 그동안 태풍 덕에 날았지만 바람이 그칠 때를 고민해야 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CATL은 보조금 폐지, 해외 업체와 경쟁, 배터리 가격 인하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후 CATL이 전통적인 강자인 LG화학, SK이노베이션, 파나소닉, 삼성SDI 등과 어떤 전략 속 경쟁을 펼칠 지 주목된다.

Tags: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일 인사이팅해집니다.
구독을 신청하시면  본 서비스의 개인정보취급정책(클릭 보기)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구독
close-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