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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배터리 시장을 잡아라!”···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황화론’ 극복 전략

유럽에 부는 배터리 황화론(黃禍論)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EV Sales)에 따르면 유럽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을 겨냥, 완성차 업체들이 발빠르게 전기차 생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공급이 뒤따라 주지 못해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 아우디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부족으로 브뤼셀(Brüssel) 공장을 하루 6시간밖에 가동하지 못해 순수전기차 e-트론(e-tron)의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들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그려놓은 전기차의 생산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고 결국에는 미래의 먹거리를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사업의 무게 중심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핵심부품인 배터리의 원활한 수급은 매우 중요한 현안이 됐다.

하지만 배터리가 전기차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한 핵심부품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한중일 아시아 3국의 배터리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유럽(EU)은 높은 배터리셀 수입 의존도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세계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아시아 배터리 업체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 초 “프랑스 전기차에 사용하는 배터리가 100% 아시아에서 생산된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대놓고 지적한다. 전기차 배터리분야에서 황화론(黃禍論)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의 ‘탈(脫) 아시아’를 위한 유럽의 전략과 행보를 살폈다.

유럽의 배터리 산업 육성 전략

이니셔티브 ‘배터리 2030+’

유럽연합(EU)은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Horizon) 2020’에서 ‘유럽 공동이익을 위한 중요 프로젝트(IPCEI)’로 이니셔티브 ‘배터리 2030+’를 선정했다. 지난 3월에 출범한 ‘배터리 2030+’의 목표는 향후 10년동안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저장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유럽 9개국의 17개 대학 및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독일-프랑스의 ‘유럽산업전략’

또한 지난 5월초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부 장관은 유럽 챔피언’을 위해 ‘유럽산업전략’을 마련자국 내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에 17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더 이상 아시아 배터리 업체들에게 의존했다가는 전기차의 미래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앙숙관계였던 두나라가 배터리 산업분야에서는 손을 잡은 것이다.

독일은 아시아 배터리 업체와의 균형 맞춘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자국내 배터리 공장 건설에 10억유로(약1조2862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알트마이어 장관은 이번 정책을 통해 2030년까지 독일과 유럽 공장에서 세계 배터리 수요의 3분의 1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루노 르메르(Bruno Le Maire) 프랑스 재경부 장관은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가치사슬 체인을 구축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자국내 배터리공장 건설에 7억5000만유로(약9565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는 보조금 지급에 대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승인을 얻는 대로 집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 영국, 배터리 공장 건설 추진

영국 정부도 배터리분야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Brexit), 디젤 모델 판매 감소, 중국 시장 부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기차 부문을 선도하기 위해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 공장은 영국이 2017년 7월 발표한 2억4600만파운드(약 3661억원) 규모의 배터리 투자 계획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앤드류 스티븐슨(Andrew Stephenson) 영국 기업에너지부 국무차관은 “영국이 무공해 자동차(zero emission vehicle) 설계 및 생산의 선두에 서는 것이 핵심”이라며 “영국 자동차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번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개발 체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R&D 전략

□ 정부 주도로 R&D 드라이브

독일은 배터리 생산 및 핵심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 육성 전략을 세운 것이다. 앙겔라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는 “유럽과 독일의 경쟁력이 아시아 배터리 업체들보다 뒤처진 상황을 강조하면서 배터리 개발이 유럽의 공통 관심사다”라면서 “연구단지 조성을 위해 약 5억 유로(약 6616억 원)를 지원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에 이어 독일의 지방정부도 적극적이다. 독일 니더작센(Niedersachsen)주는 지난 4월에 개소한 프라운호퍼 에너지 저장장치·시스템 프로젝트센터(ZESS)의 액체 및 고체 배터리와 연료전지 개발에 3000만 유로(약 380억 원)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영국 정부는 지난 17년부터 영국 코번트리(Coventry) 지역에 들어선 배터리 산업화 센터(UK Battery Industrialisation Centre)에 8000만 파운드(약1221억 원)를 투자한 데 이어 2800만 파운드(약 427억4000만 원)를 추가 투자키로 했다.

□ 차세대 배터리 연구 박차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연구소와 기업들을 중심으로 고체 배터리 등 배터리 신기술 분야의 연구 개발도 활발하다.

최근 배터리연구센터 ‘울름&카를스루에 전기화학에너지 저장센터(Center for Electrochemical Energy Storage Ulm & Karlsruhe, CELEST)’가 출범했다. 독일 칼스루에 소재한 이 센터에 카를스루에 기술연구소(KIT), 울름대학교와 바덴뷔르템베르크 태양에너지·수소연구센터(ZSW) 등 29개 연구소, 45개 그룹이 참여했다. CELEST는 ‘리튬이온기술’, ‘리튬외에너지저장기술’, ‘전기화학식에너지 저장을 위한 대체기술’등 3가지 연구영역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CELEST는 후학 양성을 위해 대학원을 설립하는 한편 보쉬(Bosch), BASF, 콘티넨탈(Continental) 등 주요 기업들을 산학협력사로 확보했다.

독일 배터리 연구센터인 울름 헬름홀츠 연구소(Helmholtz Institut Ulm, HIU)는 새로운 배터리셀 콘셉트를 개발하기 위한 ‘지-드라이브(Si-Drive)’ 프로젝트를 띄웠다. 지-드라이브는 2030년까지 유럽 생산을 목표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소재의 배터리셀을 연구한다. 특히 나노 구조의 실리콘 양극재와 새로운 유형의 고체 전해질, 코발트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배터리셀 등을 연구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유럽연합 연구혁신 프로그램 ‘Horizon 2020’의 예산에서 800만유로(약 103억원)를 지원받았다.

독일 프라운호퍼 규산염연구소(Fraunhofer Institute for Silicate Research, ISC)와 스위스 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EidgenössischeMaterialprüfungs- und Forschungsanstalt, EMPA)가 올 1월 1일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고성능 배터리를 위한 인터페이스 엔지니어링(Interface Engineering for Safe and Sustainable High-Performance Batteries, IE4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두 연구소는 향후 3년간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포함하지 않은 고체 배터리를 연구할 방침이다.

□ 스타트업도 활발

스위스 스타트업 이노리스(Innolith)는 1회 충전으로 약 1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1000Wh/kg의 고밀도 배터리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된 ‘에너지 배터리(Energy Battery)’는 희소 소재 대신 무기 전해질을 사용해 기존의 배터리보다 현저히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발화 위험도 없다는 것이다.

마르쿠스보크(Markus Borck) 이노리스(Innolith) CEO는 “시중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고밀도의 불연성 배터리를 설계했다”며 “이로 인해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시중 배터리 가격이 1kWh당 150달러(약 18만원)에서 400달러(약 48만원)인데 반해 이노리스는 1kWh당 50달러(약 6만원) 미만인 배터리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배터리업체 아카솔(Akasol)은 새로운 고성능 배터리 시스템 AKM Cyc(Akasystem AKM Cyc)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상용차용 21700 원통형 배터리셀을 사용, 에너지밀도 kg당 221Wh를 구현했다. 아카솔은 오는 2021년부터 AKM Cyc를 양산할 계획이다.

배터리 신·증설 투자 현황

업체 투자규모 공장위치 생산규모 생산시기
독일 폭스바겐 10억유로 독일 잘츠기터(Salzgitter) 2022년
다임러(메르데스-벤츠) 10억유로 독일 브륄(Brühl) 2021년
폴란드 야보르(Jawor) 2019년-2022년
스웨덴 노스볼트(North Volt 1억유로 스웨덴 1공장 연 0.13GWh 2019년
15억유로 스웨덴 1공장 증설 연 8 GWh 2023년
독일 2공장 연 8 GWh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유럽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은 1%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취약한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완성차 업체 뿐만 아니라 유럽 배터리 업체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폭스바겐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양산을 위해 160GWh 규모의 배터리를 확보해야 하는 폭스바겐(Volkswagen)은 CATL,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아시아 배터리 업체에 의존한데서 벗어나 독자적인 배터리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10억 유로(약 1조3300억원)을 투자, 독일 니더작센(Niedersachsen)의 잘츠기터(Salzgitter)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키로 결정했다.

또한 폭스바겐은 배터리 생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 노스볼트와 sk이노베이션 등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폭스바겐 CEO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협력업체들과 최소 1GW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폭스바겐은 스웨덴의 스타트업 노스볼트의 지분 인수도 추진키로 하고 현재 폭스바겐 산하 스웨덴의 스카니아를 통해 노스볼트와 협의 중이다.

폭스바겐은 차세대 배터리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억달러(약 1127억원)를 투자, 미국 고체배터리 개발업체 퀀텀스케이프(Quantum Scape)의 지분을 인수한데 이어 올 3월 미국의 배터리 기술연구 스타트업 포지나노(Forge Nano)에 1000만달러(약 111억원)를 투자했다.

스웨덴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Northvolt) 및 7개 유럽 협력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연구 및 생산을 위해 ‘유럽배터리연합(European Battery Union)’을 구성했다. 이 연합은 배터리셀부터 배터리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관련 모든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임러(Daimler)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의 지주회사 다임러(Daimler)는 배터리 생산에 약 10억유로(약1조2779억원)를 투자, 독일/폴란드/중국/미국/태국 7개 지역에 9개 공장의 배터리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키로 했다.

독일 남서부 브륄(Brühl)의 1만2000㎡부지에 배터리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2020년 말에 완공예정인 브륄공장은 벤츠의 전기차 브랜드 EQ에 장착될 배터리를 조립 생산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안에 폴란드 야보르(Jawor)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며 향후 독일 헤델핑엔(Hedelfingen) 공장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술확보차원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배터리 스타트업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Sila Nanotechnologies)에 1억달러(약 1138억원)를 투자, 지분 10%를 확보했다. 실라는 테슬라 초기 멤버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배터리의 흑연(graphite)을 실리콘 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노스볼트

스웨덴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Northbolt)는 현재 스웨덴에 연간 생산능력 0.13GW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데 오는 2023년까지 8GWh규모로 증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5억유로(약 2조28억원)의 투자기금을 확보, 2023년까지 스웨덴과 독일에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 16GWh규모의 공장을 신 증설키로 했다. 이는 당초 계획한 연간 생산능력 32GWh규모의 절반가량이다.

피터 칼슨(Peter Carlsson) 노스볼트 창업자는 “최근 유럽투자은행(EIB)에서 3억5000만 유로(약 4673억2350만 원)의 대출 승인을 받았다”면서 “8월 전에 투자 라운드가 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or Your Insights

유럽 국가들이 더 이상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아시아 업체에 의존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배터리 산업의 육성에 나서는 동시에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의 자체 생산을 적극 추진중이다.

이에 맞선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업체들의 배터리 투자가 완료되는 2025년쯤이면 오히려 배터리의 공급 과잉이 우려돤다.

향후 수년내 유럽 배터리 시장을 두고 아시아 업체들과 유럽 업체들간 한판 승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승부는 결국 배터리의 가격경쟁력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력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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