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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아이폰11’ 브랜드에 숨겨진 애플의 전략

Summary

아이폰11은 뜰까? 도드라진 카메라 유닛, 그리고 지난해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아이폰11은 다소 복잡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그 자체로 식상한 ‘아이폰의 혁신’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과연 아이폰11은 발전을 멈춘 걸까?

조심스럽게 내다 보자면 아이폰11과 아이폰11 프로(Pro)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팔릴 것 같다. 흥행이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이라면 별 무리 없이 ‘참 잘 했어요’ 도장을 받게 될 게다. 아마 쓰는 사람들의 반응도 좋을 것이다. 묘하지만 그게 아이폰의 힘이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브랜드명으로 따져 본 기능

개인적으로 이번 아이폰 발표에서 가장 높게 보는 것은 이름이다. 브랜드 정리가 아주 기가 막힌다. 아이폰11의 흥행은 바로 이 브랜드 정리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번 아이폰은 기본이 되는 아이폰11에서 시작된다. 컬러 알루미늄 케이스와 LCD, 그리고 카메라 두 개를 달고 699달러, 우리나라 가격은 99만원부터 시작하는 제품이다. 여기에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카메라 세 개, OLED 화면을 넣은 아이폰11 프로, 그리고 화면이 더 큰 아이폰11 프로 맥스의 세 가지로 정리된다. 프로는 각각 999달러, 1099달러다. 우리나라에서는 139만원, 155만원부터 팔린다.

세 가지 구성에 새로운 이름이 주어졌다. 그 족보를 따져 보면 아이폰11은 ‘아이폰XR’의 후속, ‘아이폰11 프로’와 ‘아이폰11 프로 맥스’는 각각 ‘아이폰XS’와 ‘아이폰XS 맥스’의 뒤를 잇는다. 단순히 이름 체계를 바꾼 것이긴 하지만 이게 제품의 인식을 바꿔 놓게 될 것이다.

새 아이폰의 중심은 명확히 아이폰11에 있다. 가장 많이 팔릴 제품일 뿐 아니라 애플이 집중해야 할 제품이다. 그럼 지난 1년은 어땠을까? 가장 인기 있는 아이폰은 아이폰XR이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체 아이폰 판매량 중에서 절반을 아이폰XR이 집어 삼켰다. 애플도 아이폰XR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마트폰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아이폰11 (출처: 애플)

아이폰11 중에 ‘센터’는 누구?

그렇다면 과연 지난해 발표된 아이폰 세 가지 중에서 어떤 제품이 중심에 서 있다고 봐야 할까? 판단을 내리기가 조금 애매하다. 이름으로 보면 지난해 아이폰의 중심은 아이폰XS가 물려받았다. 2017년 발표된 아이폰X의 후속 제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량, 그러니까 인기는 가지치기 제품인 아이폰XR이 차지했다.

아이폰XR은 지난 1년동안 그 이름과 정체성에 대해서 그 어떤 제품보다 많이 시달렸던 게 아닌가 싶다. 의미를 알 수 없는 R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가격은 셋 중에서 가장 낮아서 보급형이라고 보는 해석도 있었지만 그래도 싼 제품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이폰XR은 성능이나 경험면에서 아이폰XS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 같은 줄에 서 있는 제품이었다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의 인식에 명확히 아이폰XS가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문제는 바로 이름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제품의 용도나 목적보다 가격을 중심으로 급을 나누는 시장에서 XR이라는 이름은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나 스스로도 아이폰XR을 쓰던 지난 1년 동안 ‘아이폰XS 대신 왜 아이폰XR을 쓰나’라는 질문에 수없이 대답해야 했다.

아이폰, 다운그레이드의 역사

애플은 이렇게 가지치기 이름을 가진 제품을 몇 가지 내놓은 적이 있다. 아이폰5S와 함께 발표된 아이폰5c는 아이폰5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아이폰5와 아이폰5S의 알루미늄 케이스는 지금 봐도 훌륭한 디자인이다. 이전 세대 제품의 가격을 내려 보급기 시장을 잡는 애플의 전략상 아이폰5를 그대로 팔았다가는 아이폰5S의 판매에 영향을 받을 게 뻔했다.

그래서 애플은 아이폰5에 새로운 옷을 입혀 아이폰5c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듬해 아이폰이 6이라는 이름과 함께 화면 크기와 디자인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대 교체를 하면서 아이폰5S는 굳이 디자인을 바꾸지 않아도 신제품과 간섭을 일으키지 않게 됐다. 자연스럽게 아이폰5c는 사라졌다.

두 번째는 아이폰SE다. 이건 화면이 더 커진 아이폰6, 6플러스 이후의 제품들 사이에서 4인치 대 아이폰에 대한 수요와 함께 시장에 등장했다. 이 역시 SE의 정확한 의미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Special Edition의 줄임말이라는 것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아이폰SE는 2016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매년 후속 제품에 대한 소문이 나오고 있지만 어쨌든 신제품도 없고, 정식 제품에도 들어 가지 않는 제품이었다.

아이폰XR은 물론 아이폰5c나 아이폰SE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애플이 아이폰 등장 1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10년과 함께 애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만든 것이 아이폰X다. 안타깝지만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X은 아이폰8을 함께 데리고 나왔고, 아이폰8은 아이폰X 만큼이나 인기가 좋았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그 해 애플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기존 경험을 가져 가려는 수요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를 모두 사로 잡았기 때문이다. 돌아 보면 제품으로서도, 이름으로서도 아주 적절한 예였다.

아이폰11 프로 (출처 : 애플)

아이폰, 3가지 라인업 확립

하지만 그 다음해에도 아이폰8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폰8이 지난 10년을 마무리하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9라는 숫자가 남아 있었지만 당시 상황에서 그리 좋은 이름은 아니었다. 앞으로의 10년은 홈 버튼이 아니라 더 큰 화면과 제스처 중심의 UX에 있었다. 결국 아이폰8의 자리는 아이폰XR이 물려받게 됐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애플은 아이폰X 그리고 XS에 중심을 두는 모양새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묘한 딜레마였다.

의외로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아이폰X와 아이폰XS로 이어지는 새 아이폰의 출발점을 아이폰XR의 후속 제품으로 놓는 것이다. 아이폰XR은 지난 1년동안 그 상품성을 충분히 인정받았다. 디스플레이부터 카메라, 소재, 배터리 등 걱정하던 것들의 대부분은 리뷰보다 써본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타고 서서히 평가되기 시작했다. 애플도 아마 그 답을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폰XR은 그 살벌한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했고, 올해 후속 제품이 11이라는 이름을 받으면서 정식 라인업으로 들어왔다. 이제 아이폰은 확실히 3가지 제품으로 가는 것이다.

그럼 기존 아이폰XS나 아이폰XS 맥스는 서운하지 않을까? 그래서 애플은 마치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이름을 붙인다. 바로 ‘프로’다. 그리고 소재부터 디자인, 카메라 등으로 차별을 두었다. 그냥 아이폰XR의 후속을 XR2로, 그리고 아이폰XS의 후속을 11로 정했다면 아무런 감흥이 없었겠지만 아이폰XS의 차세대 제품은 이 프로라는 이름으로 확실한 고급 이미지를 심었다.

그러면서도 세 제품 모두 11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A13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올리면서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같은 세대 제품이라는 인식도 확실히 했다. 이건 앱 생태계에 증강현실과 머신러닝 관련 콘텐츠 확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애플의 전략과도 연결된다. 단순히 제품에 ‘급 나누기’를 하는 것보다 앱 생태계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아이폰의 경쟁력에 더 큰 가치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아이폰은 기본이 되는 아이폰11를 비롯해 고급 라인업까지 전체적인 균형과 적절한 이름을 갖게 됐다. 소비자들은 아이폰11을 골라도 보급형 제품이나 손해보는 느낌을 갖지 않아도 되고, 아이폰11 프로 구매자들은 고급 제품이라는 인상과 함께 그만큼 더 나은 경험을 갖게 된다. 자연스러운 정리다.

아이폰 와이드 촬영장면 (출처: 애플)

카메라 기능, 망원보다 광각 선택

올해는 아이폰7, 아이폰8 이용자들이 제품 교체를 노려볼 만한 시기다. 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3년 정도는 충분히 교체를 노려볼 만하다. 이제 홈 버튼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도 어느 정도 시장에 자리잡기도 했다.

여기에 광각 카메라는 자연스러운 유행이기도 하다. 애플이 듀얼 카메라에 망원을 넣은 가장 큰 이유는 카메라 두 개를 이용한 인물 사진을 찍는 것이었는데 이 인물 사진 모드는 지난해 아이폰XR에서 머신러닝을 통해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애플도 지금 아이폰의 카메라 수요는 망원보다 광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스마트폰이 여행용 카메라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각을 더하면 결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이폰으로 찍은 풍경 사진이 더 많이 유통될 것이다. 망원 렌즈를 더해 인물 사진으로 재미를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공유된다는 이야기다. 이미 다른 제조사들이 앞서 갔지만 아이폰은 기존 이용자들의 충성도와 함께 광각 풍경 사진으로 다시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For Your Insights

이제 혁신이나 새로운 경험은 커다란 기술이나 변화에서 오지 않는다. 애플은 숨가쁜 스마트폰 기술 경쟁에 그리 급하게 뛰어 들지 않아 왔다. 이번에도 기술을 앞에 꺼내 놓는 대신 어떤 경험을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서고, 그에 따른 기술을 찾아서 제품에 더하는 식의 접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애플이 스마트폰 습관을 바꾸는 큰 계기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서 찾아오게 될 것이고 그 기반은 머신러닝과 증강현실이 될 게다. 그리고 지금은 프로세서와 카메라로 계속 그 토양을 닦아 가는 중이다.

어쨌든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숨가쁘게 찾아오던 하드웨어 중심의 진화는 이제 숨고르기라는 단어도 새삼스럽다. 분명히 다른 양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기기냐, 부품이냐가 아니라 경험을 어떻게 바꿔 주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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