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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인터넷 상호접속고시 2016, 그 이후를 생각하다…

Intro

지난 8월 22일 판결이 선고된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행정 소송은 사건 자체의 쟁점 외에도 수년 째 논란이 이어진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재차 촉발시켰다.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2016년 1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호접속제도를 망 이용대가 상승의 원인으로 서술한데다, 선고 후 페이스북이 소송까지 이어진 갈등 구조를 촉발한 원인으로 상호접속고시를 공개적으로 지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기 그지없던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가 이처럼 큰 주목을 끄는 이유는 인터넷망 사업자간 상호접속에만 적용된다는 이 운영 원칙이 결국에는 인터넷 생태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모두들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인터넷 생태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어떤 접근법이 필요한가’라는 관점에서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의 구체적인 내용과 각 이해 당사자들의 복잡다단한 셈법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인터넷이 가지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일까? 단연코 전 세계와 연결된 보편적 연결성(any-to-any connectivity)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인터넷 망을 통해 전 세계 누구와도 통신을 할 수 있고 모든 컨텐츠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의 크고 작은 수많은 인터넷망(Internet Service Provider·ISP)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망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하나의 ISP를 떼어내어 살펴보면, 하나의 네트워크는 콘텐츠 사업자(Content Proivder·CP)들과 이들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일반 이용자(End User)들을 매개하는 양면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CP나 이용자를 더 많이 유치할수록 양쪽을 이어주는 매개자로서 자신의 네트워크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자신의 망에 직접 연결되지 않은 CP나 이용자들의 경우에는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다른 ISP와 상호접속(interconnection)을 함으로써 네트워크 연결성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다.

인터넷망 상호접속(Interconnection) 시장의 형성 과정

네트워크끼리의 상호접속은 이처럼 ‘보편적 연결성’을 감안하면 나의 네트워크와 상호접속하는 네트워크의 수를 최대한 늘려가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터넷의 상호접속이란, a network of networks 구조를 가진 인터넷의 본질적인 특성 때문에 A라는 망과 B라는 망 양자가 서로의 트래픽만 주고 받는 양자간 접속에서만 끝나지 않고, A망에서 출발해 B망을 거쳐 B망과 상호접속 관계인 C망으로 흘러가는 트래픽, 즉 중계 트래픽(relay traffic)이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A망이 이 상호접속으로 누리게 되는 편익은 B망이 얻게 되는 편익보다 확실히 크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전 세계 인터넷 상호접속 시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연결되는 두 망의 규모가 차이가 날 경우에는 덩치가 작은 망이 덩치가 큰 망에 연결 대가를 지불하고, 망의 규모나 가치가 비슷한 경우에는 대부분 무정산 방식으로 접속하는 방식이 자연스레 자리잡게 됐다.

좀 더 구체적으론 망의 규모, 가입자 수, 트래픽 규모, 상호접속된 다른 네트워크의 수 등 다양한 요소들에 따라 일종의 계위 또는 리그(league)가 자연스레 나눠지게 되고, 상호접속을 통해 상대적으로 큰 효용을 얻게 되는 작은 망이 큰 망에 연결의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들이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다양하게 생겨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상호접속 시장에서 한가지 특기할 점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CP들의 등장이다. 막대한 트래픽을 흘려보내는 글로벌 CP들이 등장해 이들이 ISP에 맞먹는 힘과 지위를 얻게 되자 네트워크간 무정산 동등접속(peering)처럼 홍콩 등의 지역 거점에 설치한 POPs(Point of Presence)이나 IX(Internet eXchange)를 통해 각국의 로컬 ISP들과 피어링 접속을 하는 사례도 등장하게 됐다. 게다가 구글은 전송 비용이 가장 비싼 대륙간 해저케이블마저 직접 구축하고 나서면서 자신들의 콘텐츠를 전세계에 전송하기 위한 국제 전송망까지 보유하게 됐다.

*구글은 회사 블로그를 통해 ISP들과의 상호접속을 위해 오픈 피어링(open peering)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AS15169, AS36040 두 Autonomous Systems를 통한 피어링 접속 외에도 IX와 사설 기관을 통해서도 피어링 접속을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급증하는 인터넷 트래픽 비용, 과연 누가 내야 할까?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 개정안을 놓고 최근 들어 ISP와 CP가 더욱 격렬하게 맞서고 있지만 인터넷이 급성장하던 초기에는 CP와 ISP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CP들이 혁신적인 다양한 서비스들을 내놓으면서 이용자들의 인터넷 사용이 급증했고, ISP들의 망 설비 투자로 덕분에 CP들과 이용자들은 더욱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인터넷전화, 동영상 서비스 등이 등장하면서 유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자 ISP들은 CP들을 상대로 투자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사가 일시적이나마 스마트TV 디바이스에 대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VoIP 통화를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통신사들의 주장은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가 망 혼잡을 야기하고 이에 따라 투자비가 상승하지만 정작 매출액은 늘지 않기 때문에 CP들의 비용 분담이 불가피하며,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 설비투자 유인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게 주요 논거였다.

2014년 행정 예고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 개정안은 인터넷 트래픽 증가에 대한 통신사들의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된 안으로 해석된다. 2014년 7월 29일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개정안의 취지 중 하나로  ‘현행 무정산 방식을 상호정산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인터넷 트래픽 증가에 따른 투자비용 회수기반을 제공하여 인터넷망 사업자의 투자 유인을 제고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풀어 설명하자면, 통신사들끼리 ‘무(無)정산’하는 방식 하에서는 트래픽이 폭증해도 증가한 양만큼 매출액이 늘지 않으니 ‘상호간에 정산’을 하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의미이다. 고시 개정안 취지에서 설명된 상호정산 개념에는 ‘누가(who) 누구에게(to whom) 어떠한 원칙에 따라(how) 얼마만큼(what amount) 지급하는가’라는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하위 요소들에 대한 상세 설명은 제공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제시된 개정안 자료를 좀더 자세히 살펴 보면 정산요율, 즉 얼마만큼의 금액을 지급할 것인가를 제외하곤 비어있는 칸들을 아래와 같이 대부분 채울 수 있다.

우선, 정부가 정한 표준 인터넷접속조건에 따라 동등 계위인지, 차등계위인지를 나눈 다음 동등 계위끼리는 ‘발신자 네트워크(who)가 수신자 네트워크(to whom)에게 흘려보낸 발신 트래픽의 용량에 정부가 2년마다 산정하는 각 연도별 접속 요율을 곱해서 산출한(how) 금액을 발신자 네트워크가 수신자 네트워크에 지불한다’는 정산 규칙이 도출된다.

개정안은 트래픽의 종류도 다시 직접 접속호, 즉 A망과 B망간에만 전송되는 트래픽과, 중계 접속호, 즉 낮은 계위인 C망에서 출발해 A망을 거쳐(relay) B망으로 전송되는 트래픽, 이렇게 두 종류로 구별했다. 동등 계위간에도 중계 접속호는 발신자 지불 방식이 아니라 중계사업자, 즉 위 A, B, C 예시에서 C망에서 출발한 트래픽을 B망으로 중계(Relay)해 주는 A망이 B망에게 발신과 착신 트래픽 가릴 것 없이 중계가 되는 모든 트래픽의 양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KT, SKB, LG유플러스는 동등 계위가 되므로 위의 정산 규칙이 상호간에 적용된다.

하지만 차등 계위, 즉 체급 차이가 나는 두 망 간에는 완전히 다른 정산 원칙이 적용된다. 이 접속 관계에서는 발신자 네트워크와 수신자 네트워크를 구별하지 않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망이 규모가 큰 망에게 발신 트래픽과 착신 트래픽을 가릴 것 없이 오고간 모든 트래픽 용량에 대해 정부가 정한 접속 요율을 곱한 금액을 덩치가 큰 상위 계위 망에게 지급하는 원칙이 적용된다.

동등 계위가 발신자 지불(Sender Pay) 원칙이라는, 인터넷망 상호접속에서는 선례가 없는 정산 원칙이 적용된 반면 차등 계위에서는 발신자, 수신자의 구분없이 발신, 수신 트래픽 모두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정산 규칙이 적용된다.

<표1>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 개정 전후 비교

구분 동등계위 차등계위
개선전 개선후 개선전  개선후
직접 접속호 지불사업자 무정산 발신자(상호정산) 낮은 계위 낮은 계위
정산기준 접속용량 발신 트래픽 접속 용량 발·착신 트래픽
중계 접속호 지불사업자 접속요청사업자 중계사업자 낮은 계위 낮은 계위
정산기준 접속용량 발·착신 트래픽 접속 용량 발·착신 트래픽

위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동등계위, 차등계위 경우 모두 정산의 기준을 ‘접속용량(capacity)’에서 ‘트래픽의 양(volume)’으로 변경했는데, 쉽게 설명해 트래픽을 물로 비유하고, 네트워크간 연결망을 일종의 파이프로 비유하자면, 접속용량 방식은 트래픽이 흘러 지나가는 파이프의 지름을 기준으로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이고, 종량제 방식은 해당 파이프를 통해 실제로 흘러간 트래픽의 양을 측정해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네트워크 사업자간 또는 네트워크 사업자와 CP들간 대가를 정산할 때 접속 용량 방식이 사용되어온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네트워크 사업자나 CP들 모두 트래픽이 급격하게 몰려 혼잡(congestion) 상태가 발생하는 것을 가장 꺼려하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100의 지름을 가진 파이프를 망 연결을 위해 설치한다는 것은 최대치로 치솟을 수 있는 트래픽 양을 90 정도 수준으로 예상했다고 역산할 수 있다. 인터넷은 서비스별 특징에 따라 보통 하루 중 일정 시간대에 사용자가 몰리게 되는데, 예를 들어 하루 중 23시간 동안은 단지 10의 양만큼 트래픽이 흘러가고 단 1시간 동안 트래픽이 90까지 치솟는다고 해도 CP나 네트워크 사업자는 100의 지름을 가진 파이프를 설치하길 선호한다. 네트워크 운용 측면에서는 혼잡 상태 발생을 커버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을 확보하는 게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사업자나 CP들은 가장 혼잡한 시점에 치솟는 최대 트래픽 양을 염두에 두고 네트워크 설비와 용량을 설계하고, 계약 관련 협상을 해왔다.

아울러, 접속 용량에 기반한 정산 방식에서는 규모가 작은 망이라 할지라도 계약된 용량 범위 내에서 시간대별로 좀더 효율적인 망 운용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심야 시간을 이용해 트래픽 용량이 많이 오고가는 시스템 업데이트를 하거나 대용량 트래픽 전송을 지정 시간대에 하는 식의 운영 방식이 가능했지만 종량제 정산 방식에서는 시간 개념은 배제되고 철저히 트래픽 양에 기반한 정산만 가능해진다.

애초 인터넷망 접속제도는 초고속 인터넷이 기간통신역무로 편입되면서 사업자간 경쟁 심화에 따른 불공정 행위 및 분쟁 방지를 목적으로 2005년 1월 처음 도입됐다. 인터넷 상호접속을 기존 통신 서비스에 적용되는 규제체계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인터넷망 접속 시장이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형성되어온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상호접속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부터 정부의 규제가 강하게 적용되는 사전규제 영역에서 출발한 셈이다. 물론 각국의 통신 시장이나 정책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의 상호접속 정책들이 존재할 수 있으나 2016년 개정된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를 둘러싸고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논란을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상호접속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매우 큰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 관련 주요 쟁점들

1. 발신자 지불 원칙

개정된 인터넷망 상호접속 고시는 동등계위-직접접속에서는 일종의 전화망 상호접속 방식인 발신자 지불(Sender Pay) 원칙을 적용했다. 이 발신자 네트워크 지불 원칙은 비록 통신사들 간에만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CP를 유치하고 있는 네트워크 A와 일반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는 동등계위 네트워크 B를 상정하면, 일반 가입자가 해당 CP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네트워크 A가 트래픽을 네트워크 B에 전송하는 구조가 되므로, 사실상 CP의 트래픽 때문에 네트워크 A가 상호접속 대가를 네트워크 B에게 지급해야 됨을 의미한다.

네트워크 A가 정부 규정임을 이유로 들어 사실상 해당 접속 비용을 CP에게 전가한다면, 이는 결국 CP가 트래픽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동영상 트래픽이 갈수록 급증하는 시대에 이 동등계위간 발신자 지불 원칙은 CP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결국 컨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사자, 즉 CP들이 현재 지불하고 있는 접속료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발신자 지불 원칙 하에서 통신사들은 대형 트래픽을 전송하는 CP들을 자사 네트워크 접속이용 고객으로 유치하면 오히려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즉, CP 고객을 유치하려는 영업 활동을 하지 않고, 가입자를 많이 가진 수신자 네트워크로서 발신자 네트워크의 트래픽을 받는 방식이 오히려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는데 유리한 격이다.

실제로 상호접속고시가 시행된 첫 해인 2016년 주요 CP들을 상대로 한 국내 통신 3사의 세일즈 활동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었다. 실제 고시를 개정한 정부의 의도가 어떠하든, 시장에서 실제 발생하는 상황은 CP와 같은 컨텐츠 생산자가 트래픽 비용을 종량제 방식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고시를 통해 발현된 셈이다.

발신자 지불 원칙의 또 다른 문제는 전화망과 달리 인터넷 망에서는 발신자가 누구인지 구별하기 힘들고, 이에 대한 의견 일치가 전 세계적으로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들이 즐겨찾는 동영상을 대규모로 보유한 CP가 있다고 할 경우, 실제로 이 동영상을 이용하고자 클릭을 하는 일반 이용자를 발신자로 보는 의견이 더욱 합리적으로 여겨지나, 트래픽의 이동 경로만 놓고 보면 CP가 발신자로 보여지는 구도여서 혼란을 자아내게 된다.

동영상을 클릭한 일반 이용자를 트래픽을 유발한 주체, 즉 발신자로 봐야 할 지, 아니면 해당 동영상 트래픽을 내보내는 CP를 발신자로 볼 것인지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명확하게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정부 고시로 이런 원칙이 실제 인터넷 상호접속 시장에 적용된 것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2. 상호접속 요율의 상한가 방식

앞서 간략하게 서술되었지만, 개정된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에서 상호정산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하는 접속요율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2년마다 정해서 발표하기로 알려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망 원가, 경쟁상황, 기술발전, 트래픽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해 호 유형별(직접접속 호, 중계접속 호)로 합리적인 접속료 산정방식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2015년 말 트래픽 호의 유형에 따른 접속요율 ‘상한가’를 아래 <표2>와 같이 발표했다.

 

<표2> 트래픽 호 유형별 상호접속 요율 (단위:TB)

구분 2016 2017 2018 2019
동등계위-직접접속

(α1)

31,910원 29,587원 25,622원 22,189원
동등계위-중계접속

(α2)

45,438원 42,130원 36,485원 31,596원
차등계위-직접접속

(β1)

18,714원 17,416원 15,082원 13,061원
차등계위-직접접속

(β2)

48,439원 44,897원 38,881원 33,671원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6년부터 적용된 상호접속 요율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해당 접속 요율이 상한가 형태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당시 시장가보다 2~3배 정도로 높은 가격이 설정돼 통신사들이 상한가에 못미치는 가격을 접속요율로 설정해도 사실상 도매가를 2~3배 높이는 효과를 인터넷 접속(access) 시장에 끼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위의 접속요율이 어떤 근거에 따라 정해졌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적으론 정부가 시장가에서 실제 적용되는 가격을 참고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 역시 시장가와 크게 괴리되었다는 CP들의 주장을 참고할 때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 4가지 요율들 중 CP들이 2016년 당시 가장 주목한 요율은 동등계위-직접접속 요율인 α1 요율이었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간의 인터넷망 접속경로 변경 논란과 이후 이어진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간 소송의 발단도 결국 이 α1 요율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면, 한 해 전까지만 해도 대형 CP들을 접속이용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 활동을 펼치던 통신사들이 고시 시행 이후 영업을 거의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발신자 네트워크 지불 원칙과 당시 시장가보다 2~3배 비싼 것으로 알려진 TB당 31,000원(이하 모두 100단위에서 반올림)의 접속요율 상한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페이스북 사태와 상호접속고시의 상관 관계

페이스북의 행정소송 사례에 상호접속고시 요인들을 대입해 보면, 페이스북을 CP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던 KT는 고시 시행 이후인 2016년초 발신자 네트워크로서 페이스북의 트래픽을 동등계위 네트워크인 SKB와 LGU+에 전송할 경우 트랜짓 트래픽 양에 31,000의 요율을 곱한 대가를 SKB와 LGU+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KT는 2016년 11월 트랜짓 계약을 갱신하면서 ‘2018년 7월 전까지 페이스북이 SKB와 LGU+에 직접 접속을 하며, 이후 페이스북과 KT 역시 직접 접속(on-net peering)을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는 쉽게 말해, KT, SKB, LGU+가 서로 트래픽을 주고 받을 때 발생하는 α1 트래픽을 애초부터 발생시키지 않는 조건이나 다름없다.

페이스북 입장에서 SKB와 LGU+ 문을 두드리며 2개 통신사와 각각 별건의 계약을 별도 체결해야 하는데, 정부가 정한 α1 접속요율은 사실상 통신 3사가 페이스북과 협상을 할 때 가장 강력한 지렛대로 사용될 수 있는 의도치 않은 상황을 초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에서는 KT 한 곳과 접속 계약을 체결했던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통신3사와 모두 각자 접속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기존에 적용하던 피어링 접속 가격으로 협상을 시도하려다 시장가보다 2~3배 높은 α1 가격을 지렛대 삼아 통신사가 높은 협상가를 제시했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SKB 입장에서는 페이스북의 트래픽을 KT이든 LGU+이든 동등계위-직접접속 형태(α1)로 수신하게 되면 발신자 네트워크로부터 정부가 정한 α1 가격을 고스란히 보장받을 수 있는 반면, 이 울타리를 벗어나 페이스북과 직접 피어링 접속 협상을 벌이게 되면 α1보다 2~3배 낮은 당시 시장가에서 협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SKB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최대한 α1에 근접한 가격으로 페이스북과 피어링 접속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α1이 비록 동등계위 통신사에만 적용된다고 하지만, 실제 시장 내에서는 통신사와 CP가 직접 체결하는 접속 계약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페이스북과 다른 통신사들간 계약을 둘러싼 상세 내용들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통신사 3곳이 모두 암묵적으로 α1 가격을 접속 협상의 기준가, 참고가로 내세울 수 있었다면, 발신자 지불원칙, 시장가와 괴리된 접속요율 상한가 요인들 외에도 통신 3사가 백본망, 엑세스 망, 데이터센터, IX 사업 등을 모두 소유하며 수직적인 결합을 통해 과점(寡占)하고 있는 국내 통신 시장의 구조도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페이스북의 사례는 국내 CP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들 입장에서 α1 트래픽 자체가 발생하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결국 통신 3사와 각각 별개로 접속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CP가 비록 일반 이용자와는 구별되는 사업자라 하더라도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 보자면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국내의 통신사들과 모두 각각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기이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통신 3사와 모두 계약을 체결할 여력이 없는 중소 업체나 스타트업들은 결국 1곳 또는 2곳의 통신사와 접속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이 경우 모두 일정 부분 α1 트래픽의 발생을 피할 수 없다.

접속요율 상한가에 가려진 반경쟁성 요소들

통신 3사와 모두 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은 통신 3사보다 체급이 작은 중소규모 통신사들의 계약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작은 망에서 출발해 상위 계위인 통신 3사 중 한 곳을 거쳐 다른 통신사로 전송되는 차등계위-중계접속 β2 트래픽이 48,000인 반면 하위 망에서 상위 계위의 망으로만 전송되는 식으로 전송이 종료되는 β1의 접속요율이 18,000으로 거의 2.6배 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하위 계위 통신사들은 자연스레 β2 트래픽이 발생하지 않는 계약 구조를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결론은, 통신사 3곳과 모두 피어링 계약을 체결해 β2 트래픽 자체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을 체결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경우 상호접속 요율에 한해 가격인상 제한폭을 적용받더라도 물리적인 회선 비용을 대폭 인상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총 가격을 인상시킬 여지가 남아 있을 수 있다.

끝으로 상한가 규제 자체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여겨지지만, 자연 독점이 형성되기 쉬운 통신 시장과 같은 시장에서는 가격상한이 원가나 비용과 크게 차이가 나게 설정된다면 오히려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 초과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2014년 노벨상 수상자인 장 티롤 교수 등에 따르면, 이런 경우 피규제 기업들은 오히려 가격 상한을 기준으로 삼아 최대한 상한가에 수렴하는 식으로 암묵적인 담합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피규제 기관과 규제 기관 사이의 정보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데, 상한가를 정부가 정하는 행위 자체가 피규제 기업들이 제공하는 원가 정보에만 의존하거나 급속도로 변화하는 원가 요소들의 가격 변동을 제때 반영하지 못할 경우에는 규제 기관이 정확한 원가를 산정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 규제 기관이 오히려 피규제 기업들이 제공하는 부정확한 정보에 계속 휘둘리는 상황에 봉착한다.

CP의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2가지 오해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는 기본적으로 통신사들 간의 상호접속에만 적용되는 제도이지만, 전술했듯이 직간접적으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CP와 통신사간의 계약을 포함해 인터넷 생태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CP들은 종종 인터넷 트래픽 폭증의 주범이며, 특히 글로벌 CP들은 국내 통신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구축한 네트워크를 정당한 대가 없이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처럼 언론에서 묘사된다.

각 이해당사자별로 입장이 엇갈리는 현상은 당연하지만 상당수의 내용은 CP들과 통신사들간의 계약 구조나 인터넷 상호접속 시장의 구성이나 운영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면도 크다. CP의 인터넷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들을 짚어보면 아래와 같다.

1. CP들은 트래픽이 늘어나도 추가로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

대량의 콘텐츠를 보유한 CP들이 통신사와 체결하는 계약은 정액제, 종량제, 95/5% 등 여러 방식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용량제(capacity)에 기반한 전용회선 요금 방식이 가장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용회선 요금이란, 통신사가 CP의 서버를 인터넷 백본망까지 연결하기 위해 서버에서 인터넷 접속 노드(nod)까지 전용 회선을 설치해주고 접속(access)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불되는 용량 기반의 접속료 또는  가입자망(access network) 요금을 말한다.

용량제 기반 요금이란 쉽게 말해, 접속을 하기 위한 연결 파이프를 얼마나 굵은 것으로 구입할 것인가에 관한 계약으로 볼 수 있다. 보통 CP와 통신사간 계약 형태는 ‘상위 95퍼센트 회선 계약(95 Percentile Bandwidth Billing)’라 불리는데, 예를 들어 지난 달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데이터를 사용한 순간의 최대 데이터 사용량이 100이라면, 95의 지름(용량)을 가진 연결회선 파이프를 구매하는 식이다. 만일 다음달 최대 트래픽이 200까지 치솟았다면 CP는 다시 이 최대치의 95%에 달하는 190의 지름을 가진 파이프로 회선용량을 늘려줄 것을  통신사에 요청하고 접속료는 이에 상응해 상승하는 식이다.

하루 단위로 계산하면, 하루 동안 5분 단위로 측정한 트래픽 값 중 상위 5%를 제외한 95% 중 최댓값에 해당하는 용량만큼 접속료를 지불한다.

결론적으로, 종량제가 아닌 용량제 기반 요금제 하에서도 인터넷 트래픽이 늘어나면 CP들은 트래픽이 증가한 만큼 추가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아래 <표3> 참조)

단, 현재 국내 통신사 3곳의 네트워크 내에 모두 캐시서버(Google Global Cache)를 설치한 구글은 예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의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더라도 이미 각 통신사 망 내부에 자신들의 캐시 서버를 인입해 설치해뒀으므로 CP와 통신사간의 접속을 구성하는 ‘전용회선’에 해당하는 파이프를 구입할 필요 자체가 없다.

또한, 글로벌 CP가 통신사보다 협상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질 경우 통신사가 자신의 비용으로 직접 ‘전용회선’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글로벌 CP들이 제공하는 POPs에서 자신의 접속 노드까지 구간에 해당하는 일종의 전용회선을 통신사가 직접 설치할 경우에는 이 구간 트래픽이 급증하더라도 통신사가 자신들의 필요로 인해서 전용회선을 설치한 경우이므로 용량제이든 종량제이든 상관없이 CP 입장에서는 통신사에 추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표3> 2018년 ISP-CP간 시장 가격 추이 (Mbps/원, 95 Percentile Bandwidth Billing)

직접접속 중계접속 통합 비고
국내 중소형 ~3,000 ~4,500 3,000~5,000
대형 ~2,000 ~3,500 2,500~3,500 Bundling 협상
해외 중소형 ~3,000 ~4,500 3,000~5,000
대형 ~2,000 ~3,000 2,000~3,000 Bundling 협상

출처: 인터넷전용회선 및 IDC 요금에 대한 사후규제방안 연구, 미디어미래연구소 2018.12

2. 해외 CP는 망 이용대가 내지 않고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간 소송(2018구합64528)의 판결 내용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캐시서버를 트랜짓 계약을 통해 KT의 목동 IDC에 설치한 뒤 LGU+와 SKT 이용자에게는 이 목동IDC센터를 통해 트래픽을 전송했고, SKB이용자에게는 홍콩(Mega-I IDC)에서 SKB PoP과 페이스북 캐시서버를 피어링하는 방식으로 연동해 직접 트래픽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했다.

정확한 지불 내역까지 알수는 없으나, 위 내용에 국한해 살펴보면 페이스북은 최소한 KT에 목동 IDC센터 내 상면료, 회선료, LGU+와 SKT에 중계되는 트랜짓 트래픽에 대한 망 이용대가를 용량제 방식으로 지불해 왔던 셈이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용량제 방식에서도 페이스북 등 일부 글로벌 CP들은 트래픽이 늘어난만큼 비례해서 추가로 망 이용대가를 내왔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맥락에서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들이 국내 네트워크에 설치하는 캐시서버는 물류망에 비유하자면 글로벌 CP들이 대륙간 해저케이블 등에 해당하는 해외 배송비를 자체적으로 이미 지불한 물품이라 할 수 있다. 페이스의 캐시서버(FBM), 구글의 캐서서버(Google Globabl Cache) 모두 이용자들에게 더욱 빠르고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있는 지역의 거점 로컬 네트워크에 미리 동일한 콘텐츠를 배송해 두는 식인데 구글 등 대형 글로벌 CP들은 이 해외배송 구간을 위해 자체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해저 케이블망을 이용하거나 미국 NTT, 홍콩 PCCW 등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자와 전송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만일, 글로벌 CP들이 미국이나 홍콩 등에만 자신들의 접속점(PoP)을 열어두고 있다면 국내 통신사들은 직접 자신들의 비용으로 이 국제 구간 전송을 해결해야 하는데 해저케이블망 컨소시엄을 통해 구축한 해저케이블망이 없는 경우에는 상당히 비싼 국제구간 전송료, 즉 해외배송비를 물어가며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해외 CP들의 콘텐츠를 받아와야 하는 꼴이 된다.

글로벌 CP 입장에서도 한국 시장에서 광고주와 일반 이용자를 매개하는 양면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높이거나 더 많은 구독료 매출을 올리기 위해선 콘텐츠를 더욱 안정적이고 빠르게 전송해야 할 필요성을 가지므로 자체적으로 해외 전송비와 업데이트를 위한 추가 전송 비용을 부담하면서 국내에 자체 CDN(Content Delivery Network)을 구축, 가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캐시서버를 설치하더라도 구글처럼 국내 통신사 3곳에 모두 캐시서버를 설치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CP들 역시 페이스북 사태처럼 상호접속고시상의 동등계위-직접접속 요율인 α1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데,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결국 통신사 3곳과 모두 별개의 피어링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전술했듯이, 이 경우 접속료 가격은 고시 시행 이전의 시장가와 시장가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 α1 요율 사이에서 서로 줄다리기를 하며 정해질 가능성이 큰데, 통신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α1 요율을 지렛대로 삼아 접속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상호접속 둘러싼 정책적 고민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들어 정부가 운용하던 인터넷 백본망이 상용화되고 다수의 민간 ISP들이 등장하면서 상호접속을 해야할 필요성이 급증하면서 두 가지 방식의 상호접속이 자율적으로 자리잡게 됐다.

대형 ISP들 사이에서는 백본망끼리는 정산을 하지 않되 직접 접속을 하는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을 하고, 지역 기반의 작은 ISP들에게는 접속을 하되 대가를 받는 트랜짓 방식으로 상호접속을 하게 됐다.

이런 두 가지 방식은 자연스레 망 규모별 위계를 형성하게 됐고 인터넷 상호접속 생태계는 크게 나눠 백본망 사업자, 로컬 ISP, 말단의 이용자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접속 제공 사업자(Internet Access Provider), CP 또는 기업고객, 일반 이용자들로 구성되게 되었다. 상호접속을 누구와 어떤 조건으로 할 것인가는 대부분 시장 자율적인 방식으로 다양하게 결정되며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정산 요율과 정산의 방식, 트래픽 호의 종류까지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정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게 CP들의 주장이다.

CP들은 KT, SKB, LGU+ 등 기간통신망(Internet backbone provider) 3사들이 이런 구조를 이용해 인터넷 접속료 원가에 해당하는 3사간 상호접속 계약가를 고시의 접속요율 상한가에 최대한 근접하게 체결하는 식으로 암묵적인 담합까지 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상호접속 고시가 최초 도입된 2005년 이전 상황을 돌이켜 보면 국내 인터넷 백본 서비스 시장을 KT와 데이콤이 복점(複占)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높았고,  IX마저 활성화되지 못해 백본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 규모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하위 계위 통신사나 IX에 대하여 동등 접속을 거부, 제한하는 등의 불공정 사례가 불거지기도 하자 ISP 사업을 기간통신역무에 포함시킨 뒤 인터넷 상호접속을 상호접속 규제의 범위 내에 포섭하는 안들이 제안됐고, 결국 2005년 사전규제로의 전환을 뜻하는 인터넷망 상호접속 고시가 탄생했다.

하지만 2016년 시행된 고시 개정안은 이 글에서 언급된 세계 유례가 없는 발신자 지불 원칙, 시장가와 크게 괴리된 접속요율 상한가 설정, 하위계위 ISP의 중계접속 트래픽 호에 대한 차별적인 기준 적용 등을 도입함으로써 애초 인터넷망 상호접속 규제의 취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결과를 초래했다.

상호접속의 근본 취지가 인터넷의 핵심인 보편적인 연결성의 확장이었다면, 2016년 시행안이 실제 시장에 가져온 효과는 사실 트래픽 증가에 비례한 통신 3사의 매출 확대 보장, CP들에게 받는 망 이용대가의 대폭적인 인상이라 할 수 있다. 이 인상폭은 기존의 자율적인 인터넷 접속 시장에서는 발생하기 힘든 폭이었기 때문에 CP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사실상 인터넷 요금을 CP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런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로 정부는 상호접속고시 시행을 전면 유보한데 이어 최근에는 이해 당사자들간은 물론 규제 당국과 피규제자인 통신사들 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For Your Insights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의 정책적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2005년 당시 최초 제정된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가 새로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위한 유인을 마련하고 동시에 백본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막기 위해 사후규제보다는 강한, 다소 느슨한 형태의 사전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정책적 목적을 가졌다면, 2016년부터 시행된 상호접속고시 개정안은 외견상으론 상호접속 시장 내 불공정성 완화 등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지만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인터넷 상호접속 정산 원칙(발신자 지불)의 도입, 시장과 동떨어진 인위적인 접속요율과 트래픽 호 유형의 인위적인 분류 등을 모두 정부가 맡는 등 지나치게 세부적인 분야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인터넷 망들간의 상호접속에서 발생하는 시장실패 현상들, 즉 접속 거부, 접속 제한 등을 제어하기 위한 인터넷망 상호접속고시의 애초 정책 목표와 비교해 보면 목적과 다소 동떨어진, 지나치게 상세한 규제 장치들이 고시 내에 무리하게 삽입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하부 운영 원칙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인터넷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적 고려에서 생성되었다기보다는 구글 캐시서버가 통신 3사 네트워크 안으로 모두 진입하고 유튜브 등의 동영상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2014년 전후의 당혹스러운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조급하게 설계되었다는 의혹을 떨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현 고시 개정안 내용의 재수정이든 미세 조정이든, 현재 가장 필요한 노력은 인터넷 망의 본질과 인터넷망 상호접속 제도의 본래 취지, 국내외 환경을 모두 고려한 인터넷 생태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정책 목표들을 다시 한번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점검하는 일일 것이다.

※ 필자의 견해는 인사이팅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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