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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규제를 위한 변명: 세상에 나쁜 규제는 없다

최근 차량 공유 서비스와 택시 업계 간 갈등이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규제와 혁신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래된 규제, 또는 규제 공백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겨냥한 기술 및 서비스 혁신을 제약하고 있다는 견해와 혁신 기술로 포장된 불법이 기존의 사회 질서를 흔들며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맞선 형국이다.

규제를 바라 보는 시선은 각자의 입장에서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규제만이 능사일 수도 없지만 완전한 무한 경쟁만이 혁신과 공공 선을 실현하는 것도 아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기로 불리는 오늘의 우리 시대는 어떻게 규제를 바라 보며 혁신과 공존의 무대를 만들어 내야 할까. 기술혁신과 규제가 만나는 이 시점에 참고할 만한 또 하나의 시선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Intro

규제란 무엇인가? 규제는 기술 혁신의 훼방꾼으로 항시 개혁의 대상이어야 하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규제 개혁을 얘기하지만 그 대상인 규제의 실체가 무엇이고, 규제 개혁은 어떤 행위로 정의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쏟아져 나온 수많은 규제 혁신 담론들도 외견상 역대 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손톱 밑 가시나 통행을 방해하는 전봇대처럼 여전히 ‘뽑아내야 할’ 대상으로 묘사하곤 하는데 사실 규제는 그 자체로는 잘못이 없다.

규제가 생성되고 집행되고 일몰되는 일종의 ‘규제 생애주기’ 측면에서 보자면 제정 당시에는 소비자 및 기본권 보호와 새로운 기술 및 산업 육성의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는 사이에서 균형점을 취했던 것이 시간이 흘러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낡고 균형이 무너진 상태로 변했을 뿐이다. 그때는 맞았던 규제가 지금은 틀린 규제가 되버린 셈이다.

사실 법은 언제나 기술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규제와 그 규제를 받는 현실간의 규제 비동시성(regulatory asynchronism) 자체는 입법이나 행정으로 해결되기 무척 힘든 사안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규제는 제정 당시에는 충분한 타당성을 갖고 만들어지고, 그 중 일부는 심지어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진흥책으로 태어나지만 나중에는 되레 기술 혁신을 방해하는 퇴물 취급을 받기도 한다.

어디까지 규제로 볼 것인가

다시 규제의 정의로 돌아가보자. 정부가 규제 혁신을 외칠 때 그 규제란 단순히 법령만을 말하는가, 아니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절차, 의무 등을 모두 총칭하는 것인가?

규제를 얘기할 때 우리는 행정부가 권한을 가진 인허가, 면허 등의 시장진입 규제와 법령, 고시만 규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위 ‘그림자 규제’로 불리는 가이드라인, 행정지도, 지침은 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가?

국회의 입법 선정주의도 또 다른 형태의 규제로 작동한다. 사전 규제영향 평가를 받지 않는 국회의 무분별한 입법 선정주의 경쟁, 과잉 입법은 기업 입장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상당한 규제 비용과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시대 변화를 도외시한 사법부의 소극적인 규제 심리 역시 규제 지체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사법부의 적극적이고 엄격한 규제 심리가 행정부로 하여금 소송 가능성 때문에 더욱 과학적, 객관적으로 규제를 준비하고 규제의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만드는 순기능과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처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모든 결정과 행위들이 규제 혁신과 연결되지만 현재의 규제 혁신은 여전히 행정부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국민 입장에선 입법부와 사법부에도 규제 혁신 담론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혁신과 규제의 관계 정립

‘규제 지체(regulatory lag)’의 해결책으로 자주 언급되는 ‘규제 혁신’의 의미도 좀 더 명확해져야 한다.

규제 혁신이 규제 자체의 혁신, 즉 절차의 개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인지,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자는 것인지 목표를 좀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주요 규제개혁 법안들과 그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인 ‘규제 샌드박스’, ‘규제 프리존’, ‘포괄적 네가티브 규제로의 전환’은 사실상 규제의 틀 자체와 체질을 개선하는 ‘절차의 혁신’에 가까운 편인 반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공유 차량 업계와 택시 업계간의 충돌이나 빅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대립 양상들은 사실 ‘규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룰(규제)과 규칙 마련이 필요한 상황들에 가깝다.

쉽게 말해, 기술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상황들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거에 제정된 규제를 어느날 대못 규제, 손톱 밑 규제라 비난하며 뽑아 낸다고 해도 ‘룰과 규칙의 공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오히려 현재 적용 가능한 적절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더욱 유연하고 탄력적이고 합리적인 스마트한 규제를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할 셈이다. 규제 자체를 기술 혁신의 훼방꾼으로 보는 제한된 관점은 결국 규제 공백과 사회적 갈등의 악순환만 확대시킬 뿐이다.

'네거티브 규제'의 오남용

‘네거티브 규제’의 개념도 규제 혁신 담론에서 자주 오남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턴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만 유턴을 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유턴 금지 표지판이 없으면 어디에서나 유턴을 할 수 있다는 예는 네거티브 시스템 자체를 설명할 때는 유용하지만 자칫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내 법 체계를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수준까지 ‘포괄적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혁신하는 과정은 단순히 ‘원칙 허용-예외 금지’ 원리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상위 법령에서 ‘원칙 허용-예외 금지’를 선언하더라도 하위 법령에서 다시 제한적 허용(예를 들어, ‘아래 열거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범위를 한정적으로 설정하면 네거티브 시스템은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사전 시장진입 규제가 꼭 필요한 경우, 즉 ‘이러한 경우에만 인허가가 가능하다’는 상황에 원칙 허용-예외 금지 방식을 무리하게 강제한다면 이 역시 법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즉, 네거티브 규제 개념 자체가 우리나라 규제 체계의 혁신을 이끌만한 최상위 개념이 되기는 힘들다는 해석이다. 또한, 네거티브 규제는 ‘자율 규제’로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정작 이 부분에 대한 논의 역시 미진한 편이다.

혁신 기술에 내포된 위험성이나 관련 리스크는 산업계가 정부나 소비자보다 잘 알 수 밖에 없으므로 스스로 정교한 자율 규제체계를 구축해 자율권을 보장받는 반면, 기업 측의 고의 또는 상당한 과실로 피해가 발생하거나 시장 교란이 초래됐을 때는 엄중하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정부의 사후 규제 권한을 강화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민간 자율 규제 시스템이 발달한 서구 선진국과 달리는 우리는 수출 주도형 경제 체제 하에서 정부가 규제 시스템을 일일이 설계해 온 환경이었기 때문에 민관 모두 충분한 자율규제 역량과 경험을 축적할 수 없었다.

샌드박스, 임시허가 바로 알기

규제 혁신의 한 주체인 기업들 역시 샌드박스나 임시허가제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갖기보단 제도의 장단점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일명 규제혁신 5법 중 하나인 정보통신융합법상의 ‘신속처리 및 임시허가’는 새로운 기술 또는 서비스가 근거 법령이 없거나, 기존 법령을 적용하기가 곤란하거나 불분명한 경우, 신속처리를 신청해 허가를 받거나 새로운 허가 절차가 생기면 차후에 심사를 받는 조건으로 임시허가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

입법부가 새로운 기술, 서비스의 규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을 때 행정부에 포괄적이고 잠정적인 결정 권한을 부여해 규제 공백이나 규제 지체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나중에 국회가 임시허가 처분과 다른 취지의 입법을 하는 경우에는 임시허가 처분의 법적 효력이 모호해질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역시 규제 샌드박스 선정 자체가 곧 사실상 최종적인 허가나 다름없는 것으로 오해되곤 하는데 참여 사업자는 스스로 규제 유예의 타당성을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하고, 규제 샌드박스 운영 과정에서 소비자 권리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크다고 확인되거나 애초 목표한 성과 달성이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규제 유예나 면제가 취소될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즉, 샌드박스나 임시허가 제도 참여 기업들도 정부와 함께 시장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가면서 최선의 룰과 규칙을 함께 도출해나간다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목표이긴 하나, 이런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야 기업들도 규제 영역에서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역량과 민간 스스로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맞추는 규제안을 선제적으로 리드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여야 초월한 미국의 규제 개혁

해외의 규제 개혁 조치들 중 국내에서 자주 오해되는 사례 중 하나가 규제 총량제이다.

영국 정부는 2010년 1파운드의 비용이 드는 규제 신설이나 변경시 1파운드만큼의 효용을 창출하도록 기존 규제를 폐지 또는 수정해야 한다는 ‘One In, One Out’ 원칙을 도입한 데 이어 2013년에는 ‘One in, Two out’으로 그 기준을 높여 규제 비용 총량제를 ‘유지’에서 ‘감축’으로 더욱 강화했다.

미국도 2017년 트럼프 정부가 1건의 규제 도입 때마다 2건의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Two for One’ 룰을 도입했는데, 이 역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단순히 숫자로 규제를 계산하는 게 아니라 동등한 경제적 영향력을 가진 불합리한 기존 규제를 찾아서 폐지하라는 의미다.

두 나라 모두 단순히 규제의 숫자만 줄이는게 아니라 하나의 규제로 발생하는 비용-효과 대비 분석을 거쳐 최종적으론 국민의 편익을 최대화하는 규제 혁신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규제 개혁 노력은 이미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평가하지만 20여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한 게 사실이다. 최소한 규제 개혁의 철학과 원칙 면에서는 외국의 규제 개혁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규제 개혁 노력의 시발점은 1946년 통과된 행정절차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미 이 당시 정부가 규제를 신설할 때는 공표, 대중 의견 수렴, 사법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3개 원칙을 수립했다.

카터 행정부는 최초로 신설 규제의 영향을 분석하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차를 정립했는데, 이를 이어 받은 레이건 대통령의 규제 개혁 행정명령과 정책을 클린턴 대통령, 부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충실히 이어 받았다.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 개혁이라는 대의 앞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든 역대 정부들이 일관되게 규제 개혁 정책을 계승해온 덕분에 ‘비용과 효과를 분석해 최선의 규제 대안을 찾고, 법적 제한이 없는 한 사회적 순효용을 최대화한다’는 원칙이 일관되게 구현될 수 있었다.

사회적 합의도 일종의 허가 과정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적 합의는 새로운 기술 혁신을 도입하고자 하는 주체 또는 정부가 기존의 인허가 외에 추가로 획득해야 하는 일종의 ‘사회적 허가’로 볼 수 있다.

기술 혁신과 기존 제도간의 충돌이 예상되는 규제를 신설할 때는 대중의 참여, 개방적이고 투명한 논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들이 제기한 의견이 최종 규제에 반영되는 정도가 높을수록 규제 순응도가 높아진다.

행정부를 감독하는 국회 입장에서는 투명하고 개방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행정부의 규제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기술 혁신을 위한 규제 정책의 수립은 구체적인 규제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논의 과정을 통해 기술 혁신으로 얻어질 새로운 가치들을 정의하고 이로 인해 얻어질 사회적 편익을 예측하고,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충돌하는 여러 가치들의 우선 순위를 가리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합의 과정을 더디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정부와 민간, 또는 민간 영역간 ‘불신’을 우선 꼽을 수 있다.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간에는 근본적으로 정보 비대칭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 사이에서 중재와 조정의 역할을 맡는 정부와 함께 국민, 기업 3개 주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규제를 혁신하거나 설계해 본 경험이 적다 보니 선진적인 규제 개혁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정작 운영 과정에서 또 다시 흐지부지되는 형국이다.

규제 완화보다 ‘더 나은 규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규제 혁신 방향을 설정할 때 규제의 완화보다는 ‘더 나은 규제(better regulation)’ 혹은 ‘스마트 규제(smart regulation)’를 지향하고 있다.

EU의 경우 스마트 규제를 통해 규제의 질적 향상, 효율성을 도모하고 규제 간소화, 관료적 형식주의 근절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주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들 국가들은 신산업을 비롯한 전 산업 부문에서 단순히 과거의 규제를 개선하고 완화하기보다는 규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립하고 혁신과 규제 사이의 조화를 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경우에는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당사자로 하여금 불확실성의 수준, 혁신의 잠재적 리스크에 따라 사후적인 행위 책임을 부담하게 하고, 정보 비대칭의 한계를 감안해 기업들이 정부에 모니터링 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할 의무를 부가하는 식으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 혁신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대한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안 등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디지털 헬스 이노베이션 플랜’은 환자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여러 혁신안들이 담겼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개별 제품에 대한 의료기기 심사를 개별 개발사 심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침이었다. 적절한 요건을 갖춘 회사에게 자격을 부여해 이 회사들이 만든 디지털헬스케어 제품은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하거나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제품 중심의 인허가 패러다임을 제조사 중심의 관리로 이동하는 일종의 발상의 전환을 이룬 셈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 5월 시행 예정인 혁신의료기기법의 경우, 개발 단계별로 의료기기 심사를 잘게 쪼개어 심사하거나, 소프트웨어 허가 관리 체계를 중대 변경 사항 외에는 보고로 전환하는 일종의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는 등 탄력적이고 유연한 규제 체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규제 개혁을 위한 거버넌스 혁신

미국 FDA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기술 발전을 따라잡기 위해 내린 또 다른 결정은 전문가와 재원의 확충이다. 쉽게 말해, 공무원 수를 더 늘린 셈인데 작은 정부, 효율적인 정부와 언뜻 상충하는 기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첨단 의료기술 등 전체 사회의 후생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혁신적 기술들에 대처할 수 있는 규제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기존 인력 규모와 내부 리소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결국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고 미래 기술 사회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을 위한 정부의 거버넌스 자체도 개혁할 필요가 있다.

규제 혁신을 위한 거버넌스 관점에서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이슈들은 정부 부처 산하 연구기관들의 독립성 강화, 중소기업들의 대정부 청원권 강화 및 정책 논의 참여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ICT 분야는 기술간 융합이 활발하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규제 혁신 측면에서는 끊임없이 기술 혁신이 가져올 미래의 양태를 분석하고 사회적, 경제적 변화상과 후생을 창의적으로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미국 오마바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AI 보고서들처럼 혁신 기술 및 혁신 서비스에 대한 사전 분석, 규제 사전 타당성 평가, 규제 예측을 하기 위해선 국내 부처 산하 연구기관들도 정부 입김 영향에서 벗어나 미래를 예측하고 사회적 갈등을 객관적으로 예측, 진단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군에 비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의견 개진이나 규제 대응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청원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규제 혁신 거버넌스 차원에서 제도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입법∙사법의 규제 혁신 동참

OECD는 2017년 ‘규제개혁보고서 – 한국 규제정책: 더 나은 규제를 향한 끝없는 여정’에서 규제 혁신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국회에 규제품질관리 상설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보고서는 국회의 경우 규제사전영향평가제와 같이 입법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결여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범정부적인 규제 개혁 노력마저 저해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보고서는 의원 입법의 경우에도 비용과 편익에 대한 전문적 분석(CBA, Cost-Benefit Analysis), 규제영향평가(RIA, Regulatory Impact Assessment), 사후 평가, 규제 개선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국회가 모범규제 제도에 동참한다면 더욱 통합적이고 완벽한 규제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Outro

이처럼 규제의 정의를 찾으려 노력할수록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규제 개혁의 역할은 결코 행정부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부당한 규제나 규제 공백이 발생해도 정치권 내에서 이를 교정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법원의 사법 적극주의가 때로는 현실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입법부 역시 과잉 입법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유인이 있는만큼 입법부 내의 규제영향 평가제 신설이 국가 차원의 규제 혁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일환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규제 혁신의 문제를 단순히 규제 완화와 절차상 문제로만 접근하면 규제들만 축소하고 폐지하면 규제 지체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착각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규제 혁신이야말로 행정, 사법, 입법을 모두 아우르는 가장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솔루션을 찾아가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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